“변호사님, 회사에 제가 넣은 돈이 5,000만 원이 넘습니다. 파산신청 전에 일부만이라도 돌려받으면 안 될까요?”
저와 최근에 법인파산을 준비하던 구미에 사시는 조 대표님께서 하셨던 질문입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대표님들은 개인적으로 모아둔 돈을 회사에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이나 친척, 가까운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회사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회사가 파산하게 되면 그동안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어려워집니다.
일반 채권들은 동일한 순위를 갖지만, 대표이사나 특수관계인의 채권은 더 돌려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법인 통장에 돈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본인의 가수금이나 가족에게 빌린 돈부터 갚고 파산신청을 하면 어떨지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인데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인파산 가수금 인출은 신중해야 합니다.
파산 직전에 대표이사나 가족의 채권만 먼저 변제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설명 해 드리겠습니다.
대표이사 가수금도 원칙적으로 회사의 채무입니다
가수금은 회사에 들어온 돈 중 회계상 임시로 처리한 금액을 말합니다.
실무에서는 대표이사가 개인 돈을 회사 운영자금으로 넣었을 때 가수금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장부에 가수금이 있다고 해서 그 돈이 언제든지 대표이사가 빼 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회사에 돈을 빌려준 것이라면 대표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대여금반환채권을 가지게 됩니다.
회사는 대표이사에게 돈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가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회사에 다른 채권자들도 있다는 점입니다.
거래처에 지급하지 못한 물품대금도 있고, 금융기관 대출금도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표이사의 가수금만 먼저 변제하면 다른 채권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합니다.
동순위가 아니라 오히려 가수금은 현실적으로 후순위 채권으로 보는 것이 실무상 원칙입니다.
따라서 대표이사가 아무런 계산이나 대책 없이 가수금 인출을 해서는 안됩니다.
간혹 너무 많은 돈을 미리 빼 두신 대표님들이 계시는데요.
법인파산 신청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요?
파산 직전 가수금을 인출하면 부인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법인파산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부인권입니다.
채무자회생법 제391조는 일정한 요건 아래 파산관재인이 채권자에게 불리한 재산처분이나 편파적인 변제 등을 부인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 현금 5,000만 원이 남아 있는데, 대표이사가 자신의 가수금 5,000만 원을 모두 변제받고 파산신청을 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다른 채권자들은 돈을 받지 못했는데 대표이사만 먼저 자신의 채권을 회수한 것입니다.
이러한 변제는 파산관재인의 부인권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간혹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이 될 수도 있습니다. (법인파산 대표이사 처벌 글 참고)
회계처리상 가수금으로 해 두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법인파산 가수금 인출 문제가 아닌 회사 자금을 함부로 빼돌린 혐의를 받게 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특히 대표이사는 회사의 재정상태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므로, 회사가 지급불능 상태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물론 인출 시점과 회사의 재정상태, 채권의 성격, 변제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법인파산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이사의 채권만 우선 변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간혹 소액으로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도 반드시 저희와 사전에 상의를 하신 후 결정하실 것을 권합니다.
또한 가수금 인출 형태로 빼내시는 분들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빌려서 넣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시는 경우도 많은데요.
가족과 지인에게 먼저 갚은 돈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대표님의 가수금보다 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빌린 돈을 먼저 갚는 경우입니다.
대표님 입장에서는 은행보다 가족에게 빌린 돈이 더 마음에 걸릴 수 있습니다.
어렵게 돈을 마련해 준 부모님이나 형제자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배려가 오히려 가족에게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파산관재인이 해당 변제를 부인권 행사 대상으로 판단하면 돈을 지급받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반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반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부인의 소나 부인의 청구 등 법적 절차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반환 협의 과정에서 법적 절차가 예상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이 큰 부담을 느끼기도 합니다.
파산관재인이 강력하게 압박을 하기 때문인데요.
그러한 경우 뿐 아니라 대표님을 압박해서 해당 자금을 돌려 놓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먼저 갚았던 돈이 가족 간의 갈등이나 새로운 법률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을 챙기려던 마음이 오히려 그 사람을 소송에 휘말리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가수금 대신 미지급 급여로 정산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대표이사가 회사에 넣은 돈을 돌려받을 방법은 전혀 없을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런 경우 먼저 가수금의 실제 성격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회사에 돈을 넣은 시기와 경위, 회계처리 내용 등을 살펴야 합니다.
또한 회사에서 지급받지 못한 급여가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급여를 오랫동안 지급받지 못했다면 소액이나마 급여를 받는 방법도 고려 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도 사전에 저희와 꼭 상의를 하신 후 대응하시길 바랍니다.
가수금과 급여는 법률적으로 전혀 다른 성격의 채권입니다.
그래서 넣은 돈을 돌려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급여로 처리가 가능할지,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닌지 꼼꼼하게 체크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주식회사 이사의 보수는 상법 제388조에 따라 정관이나 적법한 주주총회 결의 등 법률상 근거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실제 미지급 보수채권이 존재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한 채권이 존재하더라도 파산 직전 이를 지급하는 행위가 부인권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지도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특히 대표이사의 급여는 일반 직원의 임금과 동일하게 취급되는 것이 아니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가수금을 급여로 바꾸는 요령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적법한 권리를 정확히 확인하고 정산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가수금의 입금 시점과 자금거래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법인파산 가수금 인출 문제는 모든 회사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입금시기, 입금 이유, 인출 시점 등 에 따라 검토해야 할 내용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시기의 통상적인 자금거래와 이미 파산을 예상하던 시기의 변제는 법률적으로 다르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법인파산 신청 직전에 인출을 하는 것은 절대 주의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장부에는 가수금으로 기재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비용 정산이나 다른 법률관계가 문제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수금 계정별 원장만 확인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법인 통장과 대표이사의 입금내역, 관련 계약서, 급여 지급내역, 회사의 재정상태 등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경험 많고 실력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게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
실제 채권관계를 정확하게 정리고, 법률상 허용되는 정산 방법이 있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이미 지급불능 상태에 있는 회사라면 무리하게 돈을 회수하려 하지 않아야 합니다.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법인파산 신청 전, 먼저 변제할 돈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법인파산을 준비하는 대표님들에게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회사에 남아 있는 돈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제발 저희와 먼저 상의라도 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자신의 가수금이나 가족, 지인의 채권부터 변제하는 것은 반드시 사전에 검토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회사의 자금을 그대로 보전한 상태에서 법인파산을 신청하고, 이후 파산관재인이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먼저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것은, 직원들 급여, 세금, 법인파산 비용(변호사비용, 예납금) 정도입니다.
이미 돈을 인출하거나 변제했다면 거래를 숨기기보다는 지급 경위와 자금 사용내역을 정확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저는 10년 이상 판사로 재직한 뒤 2024년 퇴임하여 현재 법무법인 시티 대표변호사로 법인파산 사건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법인파산에서는 신청서 작성뿐 아니라 파산관재인이 회사의 과거 자금거래를 어떻게 검토할지까지 계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법인파산은 선고는 물론, 파산관재인의 청산 과정, 그에 수반되는 민사, 형사문제까지 아우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변호사라고 해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특히 대표이사 가수금이나 특수관계인에 대한 변제는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가족과 지인들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정확하게 검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자금거래를 문제 되는 것으로 단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가수금의 성격과 입금 시점, 실제 채권관계와 회사의 재정상태를 정확히 살펴보면 적법하게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법인파산을 앞두고 본인이나 가족에게 빌린 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고 계신다면, 돈을 인출하기 전에 꼭 먼저 상담받으시기 바랍니다.
저는 무리한 자금회수로 새로운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위험을 검토하고, 대표님과 가족에게 가능한 한 부담이 적은 정리 방법을 찾아서 도와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