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부지법 판사출신변호사, 민사소송은 한 번의 공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변호사님, 이 자료까지 전부 제출하면 상대방이 아무 말도 못 하지 않을까요?”
최근 민사사건 상담을 하면서 의뢰인에게 들었던 말씀입니다.
동부지법 판사출신변호사를 찾아 저에게 오셨고, 상담실에 가져오신 자료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계약서부터 문자메시지, 계좌내역, 녹취자료까지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자신만만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자료를 전부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부 자료는 의도적으로 남겨두었습니다.
민사소송은 첫 번째 서면에서 상대방을 완전히 쓰러뜨리는 싸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장을 제출하는 원고든, 답변서를 제출하는 피고든 마찬가지입니다.
눈앞의 한 번의 공격보다 재판 전체의 흐름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1. 소장과 답변서는 소송의 시작일 뿐입니다
민사소송을 처음 하는 분들은 소장이나 답변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중요합니다.
원고라면 소장에서 청구원인과 핵심적인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피고라면 답변서를 통해 원고의 청구에 대한 입장과 주요 방어논리를 밝혀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재판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변론이 진행되면서 상대방은 반박합니다.
그 반박에 다시 대응하게 됩니다.
추가 증거가 제출될 수도 있고,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가진 것을 모두 쏟아붓는 방식으로 민사소송을 해서는 안 됩니다.
소송 전체를 먼저 그려야 합니다.
지금 무엇을 주장할 것인지,
상대방은 어떻게 반박할 것인지,
그 반박에 무엇으로 대응할 것인지,
마지막에는 어떤 사실과 증거가 재판부의 판단을 좌우하게 만들 것인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민사소송은 한 번의 전투가 아니라 전체 전쟁을 이겨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2. 증거는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닙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사건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의뢰인이 가져온 자료 중에는 우리 주장에 상당히 유리한 자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의뢰인은 처음부터 전부 제출하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상대방이 어떤 주장을 할 것인지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그 단계에서 필요한 자료만 선별하여 제출했습니다.
의뢰인은 처음에는 조금 답답해하셨습니다.
“이렇게 확실한 자료가 있는데 왜 지금 제출하지 않습니까?”
충분히 하실 수 있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이유가 있었습니다.
상대방에게 우리가 가진 패를 모두 보여줄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증거를 제출하면 재판부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도 봅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그 자료에 맞춰 자신의 주장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설명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자료는 처음부터 제출해야 하지만, 어떤 자료는 상대방의 주장을 확인한 다음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3. 상대방이 스스로 거짓말을 계속하도록 기다렸습니다
예상대로 상대방은 우리가 제출한 자료를 보고 반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문제는 그 설명이 사실과 달랐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하나의 주장이었습니다.
그 주장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설명을 했고, 다시 그 설명을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사실을 주장했습니다.
우리는 바로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의 주장이 서면에 명확하게 남도록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시점에 그동안 제출하지 않았던 자료를 냈습니다.
그 자료는 상대방의 핵심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상대방은 자신이 법원에 제출했던 이전 서면 때문에 쉽게 말을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그 자료를 제출했다면 상대방은 거짓으로 다른 주장을 했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재판을 끌고 갈 수 있었고 승소로 이어졌습니다.
이 경험은 민사소송에서 왜 ‘증거가 많다’는 것과 ‘증거를 잘 사용한다’는 것이 전혀 다른 문제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4. 좋은 증거도 언제 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민사소송에서는 증거의 내용만큼 제출하는 순서와 시점도 전략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물론 법원이 정한 제출기한을 어기거나 고의로 소송을 지연시키라는 뜻은 아닙니다.
주장과 증거는 적절한 시기에 제출해야 합니다.
다만 적절한 시기에 제출하는 것과 처음부터 모든 자료를 한꺼번에 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주장이 A라면 그에 대응하는 증거가 있고,
상대방이 B라고 주장하면 이를 반박할 또 다른 자료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A와 B에 관한 자료를 모두 제출하는 것이 항상 좋은 전략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실제로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를 확인하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상대방의 주장이 객관적인 자료와 맞지 않는 사건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상대방이 스스로 한 말을 번복하기 어려운 상태를 만든 뒤 객관적인 증거로 모순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설득력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5. 판사가 사건을 어떤 로직으로 이해할지를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제 판사출신변호사의 경험이 큰 의미를 갖습니다.
단순히 과거에 판사였다는 경력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재판부가 수많은 기록을 어떤 방식으로 읽고, 쟁점을 어떻게 정리하며, 무엇을 근거로 최종 판단을 내리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저는 10년 이상 판사로 재직한 뒤 2024년 법원을 퇴임했습니다.
판사로 근무할 때는 원고와 피고가 제출한 수많은 소장, 답변서, 준비서면과 증거를 직접 검토하고 판결 해 왔습니다.
결국 판사가 알고 싶은 것은 명확합니다.
- 그래서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 무엇인가.
- 누구의 주장이 객관적인 자료와 일치하는가.
- 상대방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그 주장을 믿을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전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재판부가 판단하는 데 필요한 사실과 증거를 가장 이해하기 쉬운 순서로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민사사건을 맡으면 첫 소장이나 답변서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다음에 무엇을 주장할지까지 예상합니다.
6. 동부지법 판사출신변호사, ‘판사출신’보다 무엇을 봐야 할까요?
서울동부지방법원에도 민사 합의부와 민사 단독재판부 등이 구성되어 민사사건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그렇다면 동부지법 민사사건을 앞두고 판사출신변호사를 찾을 때 무엇을 봐야 할까요?
단순히 동부지법 판사출신변호사면 되는 것일까요?
저는 단순히 판사 경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봅니다.
판사의 시각을 실제 소송전략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주장을 먼저 꺼낼 것인지,
어떤 주장은 상대방의 답변을 본 다음 제시할 것인지,
수십 개의 증거 중 무엇을 핵심 증거로 만들 것인지,
상대방이 어떤 반박을 할 것인지,
그 반박을 재판부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까지 예측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재판부가 판결문을 작성할 때
“이 사실 때문에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또는
“이러한 이유로 피고의 주장이 타당하다.”
고 판단할 수 있도록 쟁점을 정리해야 합니다.
판사출신이라는 경력은 출발점입니다.
그 경험을 이용해 판사의 판단 과정을 예측하고 소송 전체를 설계하는 능력이 핵심입니다.

7. 민사소송은 많이 제출하는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 아닙니다
동부지법 판사출신변호사를 찾아 저에게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민사사건을 맡다 보면 의뢰인에게 자료를 더 달라고 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가지고 계신 자료를 지금은 제출하지 말자고 말씀드릴 때도 있습니다.
주장을 더 해야 할 때도 있고 오히려 불필요한 주장을 덜어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 판단의 기준은 하나입니다.
이 사건에서 최종적으로 승소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소장 한 번 잘 쓰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답변서에서 상대방을 강하게 공격하는 것도 목표가 아닙니다.
첫 변론기일에서 유리해 보이는 것도 최종 목표는 아닙니다.
민사소송의 목표는 결국 판결에서 이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 서면을 작성하는 순간부터 마지막 판결까지 연결해서 봐야 합니다.
저는 판사로 10년 이상 재직하면서 수많은 민사기록을 읽고 당사자들의 주장을 판단했습니다.
지금은 반대편에서 그 경험을 활용합니다.
여러분이 하실 일은 하나입니다. 저에게 주도권을 주시면 됩니다.
판사가 이 기록을 어떤 순서로 읽을지, 상대방의 다음 주장이 무엇일지, 그리고 마지막에 어떤 사실이 재판부의 판단을 움직일지를 예상하면서 소송을 단계별로 준비 합니다.
동부지법에서 민사소송을 앞두고 계시다면 단순히 동부지법 판사출신변호사를 찾는게 능사가 아닙니다.
눈앞의 소장이나 답변서 한 장만 보고 대응하지 마십시오.
이미 소장을 받았거나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전화로 사건의 경위와 가지고 계신 자료부터 말씀해 주셔도 좋습니다.
처음부터 전체 소송의 그림을 제대로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글 : 판사는 무엇을 보고 판단을 할까요? (링크)
